[일의 성과 극대화]속독이냐 정독이냐?

1. 속독과 정독에 대한 질문을 하는 글을 읽었다. 속독이냐? 정독이냐? 나는 30대 중반까지 고등학생들 과외를 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밤늦게 박사과정에 들어갔던지라 가족 부양을 위해 일을 했어야 했다. 주중에는 조교, 대학 강사도 했지만 주말에는 고교생 과외도 했다. 수학은 '수학의 정석', 영어는 '성문영어'를 주로 했다.


2. 내 과외 대상 학생들은 대개 머리가 좋고 집중력이 있는 아이들은 아니었다. 나름 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었지만 과외를 몇 차례 받고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 녀석들이었다. 당연히, 책의 앞쪽만 새까맣게 되어있었다. 몇 개월 열심히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다른 선생님과 처음부터 몇 개월 하다 포기하니 책 앞쪽만 새까맣게 되어있을 수밖에. 사실, 지독하게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고는 이 책을 스스로 마스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과외를 받아도 이 책을 떼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린다. 물어보면 학생들도 이 책을 끝까지 마스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겼다.


3. 난 그래서 다르게 했다. 2개월 안에 이 책을 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정독이 아니라 각 단원의 주요 부문만 대략 하고 끝까지 가서 2개월 만에 끝을 내었다. 흥미롭게도 책을 끝내면 아이들이 변한다.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다. "와, 내가 성문종합영어를 뗐다!" 소위 '공부의 신'들이나 "공부가 제일 쉬었어요", "책이 싫다는 사람들 이해가 안가요"라고 말하는 분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박약한 의지력의 평범한 학생이 이런 책을 뗀 것은 대단한 일이다. 기적이다. 그 다음부터 아이는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자신감이 오르면 성적은 따라 오르게 되어 있다.


4.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한다. 이번에는 두 번째 떼게 한다. 나의 교습법은 효과가 있었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정독으로 한번 보는 데 6개월 걸리는 것을, 나는 동일한 기간동안 3번을 떼게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요청에 심지어 학위를 마치고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과외를 할 지경이었다. 사실 가르치는 게 수입은 좋지만 귀찮고 피곤해서 그만 두었다. 그때 마음만 먹었으면 그쪽으로 빠져서 일타강사로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5. 나는 의지력이 강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속독'하고 , 마음에 들면 이후 '정독'하는 게 효과적이라 확신한다. 의지력이 강하거나 책에 쉽게 몰입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정독해도 좋으나 일반인들은 그렇게 접근했다가는 단 한 권도 끝까지 못 읽는다. 톡히, 흥미진진한 소설이나 무협지가 아닌 경제, 경영, 인문, 자연과학 등의 책을 정독으로 접근했다가는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이미 앞에 읽었던 내용을 까먹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차를 두는 정독은 비효율적이다.


6. 그러므로 일단, 대충 쓱쓱 읽으면서 주요 부분만 밑줄 친다. 날을 정해서 가능한 몇 시간내 단숨에 끝까지 읽는다. 그리고 별로면 거기서 끝내고, 정말 좋으면 다시 읽어라.


7. '총균쇠', '정의란 무엇인가?', '사피엔스', 이런 책을 정독으로 접근해서 끝을 보기란 지독한 독종이 아니고는 어렵다. 난 몇 시간 만에 대충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나는 지금도 리디북스, 예스24 등의 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해서 매우 많은 책을 이북으로 속독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별도로 종이책을 주문하여 다시 읽고 소장한다. 왜냐하면 많은 책을 읽어야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넓히고 좋은 책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핵심을 요약해서 블로그에 기록하고, 어떤 내용은 SNS에 올려 공유한다.


8. 결론은, 당신이 집중력이 강하고 끈기가 있는 비범한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정독하라. 그러나 나같은 의지박약에 약한 기억력의 소유자라면 대충 속독하여 일단 끝까지 읽어라. 그리고 정말 좋은 책이라 생각하면 다시 읽어라. 정독할 능력이 안된다면 굳이 처음부터 정독하러 애쓸 필요 없다. 또한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으려면 일단 속독하라.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 전 KT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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