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성과 극대화]낮은 수준의 생각 전략
- 이병섭
- 2025.05.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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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창 시절 내 동생은 시험이 가까우면 방을 치우고 책상을 치웠다. 주위가 깨끗해야 몰입이 잘 된다는 이유였다. 열심히 치운 후에는 "아 힘들어. 고생 많이 했으니 이제 좀 쉬어야겠다"라고 하고 잤다. 막상 공부에 시간 투입은 거의 못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이것저것 주변 일을 하면서 뜸을 들인다. 때로는 주변 일을 하다가 시간을 보낸다.
2. 한 심리 서적* 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낮은 수준의 생각 전략'이라고 명명한다.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높은 수준의 생각을 써야 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때, 단순한 일을 하고 낮은 수준의 생각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더난출판사.2011>
3. 즉, 중요한 일을 회피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안심을 주기 위해 쓸데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공부하기 전에 방 정리, 책상 정리를 하곤했던 내 동생의 전략이 그 예이다. 막상 중요한 것은 공부인데 하기 싫으니 책상 정리라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뭐라도 했기에 죄책감을 던다. 그러나 성과와는 무관하다.
4. 사업이 안되면 잘 되는 방안을 연구해서 실행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생각을 써야 하므로 힘들다. 그러나 핑계대고 불평하고 의미없는 회의를 하는 것은 쉽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후자를 하면서 스스로 만족한다. 뭔가 일을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략적으로 본질을 회피한 것이다.
5. 나는 한동안 '영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찾아다녔다. 사실 영어공부 영역에는 수많은 베스트셀러가 있다. 영화를 통째로 외워라. 핵심 문장을 외워라. 죽도록 반복해서 들어라. CNN을 봐라. 프렌즈를 봐라... 수십 권은 읽은듯했다. 방법론을 이해하고 나면 그럴듯했고 나의 영어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느낌이었다. 뿌듯했다. 그러나 그런 책을 읽었다고 실력이 좋아질 리 없다.
6. 내 지인은 그런 책 한 권도 안 읽고, 그저 쇼가 재미있어서 매일 영어 쇼를 보고 토론이나 외국 친구 모임 같은데 가서 수시로 수다 떨더니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 내가 그 책들을 찾고 읽고 분석하는 시간에 그저 흥미로운 영역의 영어를 매일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즉, 내가 한 것은 '낮은 수준의 생각 전략'이었던 것이다. 영어를 쓰고 말하는 자체를 매일 하기 귀찮으니 영어 잘하는 방법의 책을 읽음으로써 회피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내가 영어공부 한 것 처럼 착각하고 합리화했던 것이다.
7. 특히, 나같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오류에 많이 빠진다. 예를 들어, '운동하는 법'만 백날 읽는다고 몸이 건강해질 리 없다. 그 시간에 걷는 게 낫다. 그러나 이런 책을 읽고 머릿속으로 만족한다. 왜? 독서가들에게는 걷는 것보다 책 읽는 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물론 독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독서가 실행과 연결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낸다. 역으로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독서가 높은 수준의 생각을 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쉬운 것을 할 것이다.)
8. 그러므로 자신이 바쁘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진짜 중요한 일에 바쁜가? 아니면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쉬운 일을 하면서 이게 그 중요한 일에 도움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출처 : 일의 격(신수정 저자/ 전 KT 부사장)